다운타운에 있는 큰 아파트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도시에 큰 아파트라고 해 봐야 20-30세대 정도의 규모이다. 택시를 전화로 신청해 놓고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곳도 다수가 사는 아파트라는 곳이다. 이런 경우는 아파트의 특성상 호수를 알지 못하면 택시를 부른 사람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령 호수를 안다 하더라도 초인종을 누르면 대부분은 응답이 없다. 택시는 기다리다가 그냥 되돌아 가야 한다.
잠시 후 젊은 아주마가 나타났다. 손님이 내 옆에 앉자 나는 인사를 하였다. 손님은 인사 대신 짧막하게 Oromocto하면서 행선지를 먼저 말하였다. 그 곳은 이 도시와 가장 가까운 작은 도시였다. 장거리 손님인 셈이었다. 왠 복이야 하면서 나는 얼른 시내를 탈출하여 고속도로로 유유히 달렸다.
이 아주마는 아주 친절하였고 특별히 심심찮게 이것저것 이야기도 하였으며 웃기기도 하였다. 무엇인가 탐색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 듯 그 도시의 입구에 왔다. 나는 구체적으로 지번과 도로명을 물었다. 손님는 무엇이라고 빠른 소리로 대답하였으나 나는 어디인지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베테랑 기사라 하더라도 인접지 도시의 수 많은 도로명까지 숙지를 하는 것은 어려웠다. 좀 안내를 부탁한다고 하자 손님은 친절하게 좌로, 우로, 혹은 직진 하면서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드디어 이리저리 하여서 도착해 보니 여러 동의 아파트들이 있었다. 한 동에 대충 20여세대가 사는 4-5개동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각동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다 달랐고 복잡하였다. 그녀는 한 동을 손으로 가리켰다. 나는 그 동 진입로에 어렵게 들어섰다. 그리고 정차하였다. 그녀는 동 출입구 바로 앞까지에 가자고 하였다. 별 생각없이 천천히 출입구 바로 앞에 차를 대었다. 대자마자 이 여자는 돈을 가지고 옵니다 란 아주 간단한 말을 횅 하고는 아파트 출입구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붙잡거나 물어 볼 찰라도 없었다. 어어 하다가 눈을 차창넘어 보니 이미 그 여자는 없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아파트 앞이고 위로 보니 한 호의 발코니에 사람도 앉아 바람 쐬고 있고 그녀가 들어갈 때 그들과 아는척도 하였기에, 돈을 가지고 온다는데 오겠지 하고는 한 5분을 기다렸다. 그 동안 쥐새끼 한마리 없었다. 정적만이 맴 돌았다. 본래 시골이고 조용한 동네이니 조용하겠지 하고 다시 5 분을 더 기다렸다.
이제 설설 머리속에서 스토리가 번개처럼 번쩍이기 시작하였다. 누군가가 아파트 안으로 말없이 들어가 버리면 찾을 수가 없는, 출발지도 아파트이고 도착지도 아파트였다. 타고 오는 내내 손님은 친절하였고, 그리고 도착지 아파트 입구 바로 앞에 정차를 요구한 점을 미루어 보아 나이 살을 먹은 아주마가 의도적으로 장거리 요금을 날치기 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로 전화를 하여 출발지 아파트와 도착지 아파트 정보를 요청하였으나 그들도 모른다고 하였다. 손님이 사무실로 전화하여 택시를 요청할때 사무실에서는 보통 아파트 호수 번호를 요청하나 이 경우 손님이 제공을 안 하였을 것이고, 설령 하였다 하더라도 거짓 정보를 제공하였으리라.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파트 단지를 여러 번 돌아 보았지만 사람 그림자 조차 볼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돌아가기 위하여 고속도로를 타야만 했다. 입안은 씁씁하였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아무 것도 없었고, 안다 한들 개인적으로 잠겨진 문 앞에서 초인종 한 두번 누르는 일 밖에 할 수가 없었으며, 그렇다고 그 돈 찾겠다고 하루 일 다 망치고 경찰과 시름할 수는 더 더욱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일당의 큰 부분을 도적질 당하고는 어깨가 축 처지자 내머리에서는 별의별 생각이 다 쓰쳐갔다. 내가 이방인이라서 그러나, 말이 서툴러서 그러나, 혹시 내가 순진해서 그러나, 에이 못난 놈… 그런데 어린 놈들은 어쩌다가 놀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만… 나이 살 먹은 젊은 아주매가… 하고 생각하니 점점 괘심하고 분해져 갔다. 손실분을 메꾸기 위해 오늘 몇시간 더 일하지 하고는 마음을 돌리려고 하였으나 어린 자식을 둘 만한 여자가 고의적으로 내돈을… 하고 생각하니 화가 쉽게 가라 앉지를 않았다. 분한 마음이 생기더니 점차 나에게 화가 났고 나에게 화풀이 하니 이제는 내 풀이 죽었다. 돈 몇 푼 때문에 심사가 뒤 틀린 것이 아니라 내가 갑자기 바보가 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오죽 힘이 들었으면 그랬겠냐, 가긴 가야겠고 돈은 없고, 그렇다고 돈 없으니 좀 태워 주세요 하고 사정할 일은 더 더욱 아니질 않는가, 그래 잘 했구먼 아주매 하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돌아가기 위해 이미 차는 고속도로의 진입로를 지나 천천히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나는 라디오를 틀었다. 92.3 MHz에서 흘려간 팝송이 흘려 나왔다. 고속도로 옆에 마침 크다란 Big Stop 간판이 보였다.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그 곳에 차를 대고 커피 한잔을 구했다. 다시 시내로 향했다. 그리고는 고속도로의 시원함과 커피의 따뜻함을 즐기면서 차창 너머로 방금 전의 씁씁함을 날려 보내 버렸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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