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더위가 왔다. 7월 중순이 다가오면 휴가철이 시작되고 도심에 사람들이 빠져 나가기 시작한다. 도시는 조금씩 조용해지고 사람과 차랑의 흐름도 뜸 해진다. 주말에는 더욱 더 한산하다. 택시는 그 만큼 손님을 기다려야 할 것 같은 데 이 도시에 남은 자들은 떠나 버린 차를 아쉬워 하는 것처럼 오히러 택시를 많이 부른다. 오후 정오가 지나고 뜸한 시간이었다. 날씨는 덥고 부르는 이도 없고 애라 모르겠다 하고 차를 수퍼스토아 정문 먼 곳에 정차하고는 눈을 잠깐 붙였다.
똑똑 소리에 눈을 떠 보니 학생같이 보이는 젊은이가 서 있었다. 창문을 내리니 그는 탈 수 있는냐 라고 물었다. 오케이 하고는 그를 태우고 어디를 가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냥 업타운에 가자고 하였다. 이 도시의 모든 큰 상가가 업타운에 있었기 아마 그 중에 한 곳에 가려나 하고 업타운을 향해 달렸다.
바로 업타운 중심도로 입구에 다다르자 그는 다시 퓨쳐삽은 어디에 있나요 하고 물었다. 바로 저기다 하였더니 그것 말고 다른 큰 상가는 또 어디에 있습니까 하고 다시 물었다. 저 건너편에 젤러스 그 다음이 스테이플이 있습니다 하자 그는 건너 보이는 젤러스를 손으로 지적하면서 그곳으로 가자고 하였다.
나는 차를 몰아 그곳 정문 근처에 대었다. 손님은 입구 바로 앞에 차를 정차할 것을 요청하였다. 그래서 나는 차를 젤러스 정문에 가능한 가까이 대자, 그는 바로 5분이내 되돌아 올테니 여기서 잠깐 기다려 달라고 하였다. 그 소리에 요금부터 지급하셔야 합니다 란 말이 갑자기 내 입에서 튀어 나왔다. 그것은 분명 불에 한번 데어 본 사람이 다시 불을 가까이 할 때와 같은 반작용이었다.
다행히 그는 순순히 요금을 지급하였고 그리고 그는 상가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문 열고 상가 안으로 도망가지 않은 걸 보면 그래도 순진한 학생이구나 기다리다 5분 안에 안 돌아오면 가 버리면 되지 하고 편히 쉬고 있었는 데, 정확히 5분이 지나자 그는 손에 여러가지 작은 물건들을 손에 쥐고 돌아왔다.
그는 차에 오르자 마자 퓨처삽으로 가자고 하였다. 우리는 그곳에 도착하였고 다시 그는 정문에서 기다리기를 요청하였다. 나는 정문 바로 옆 주차장에 주차하겠으니 젤러스에서 여기까지 온 중간요금을 지급하시고 천천히 쇼핑을 즐기세요 라고 하였더니 젤러에서 싸온 물건을 두고 내릴테니 염려마라 고 하고는 횅 퓨처삽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보니 바로 옆 그가 젤러스에서 가지고 온 물건들이 있었다. 혹시나 하고 물건들을 살펴보니 시계가 하나씩 들어 있는 상자들이었다. 세어보니 4개 였다. $29.99 혹은 $34.99의 가격 태그가 붙어 있었다. 염려 없어 하고는 차시동을 끄고 느긋이 노래도 듣고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뜬 구름을 잡고 있었는 데, 이번에도 진짜 5분 정도 되었나 그가 바로 되돌아 왔다.
그는 전자 제품인가 조그만하고 납작한 2개의 박스를 오른 손에 쥐고는 차문을 닫자마자 아파트 이름을 큰소리로 말하고는 바로 출발하기를 요청했다. 그가 말하는 아파트는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이 도시의 큰 아파트 중의 하나이고 왠만한 학생이면 다 알 정도로 인지도가 있어 나도 쉽게 알 수가 있었다.
차의 시동을 걸고 막 갈려고 하는 데 어떤 한 놈이 손님 측의 차문을 확 열었다. 나는 어떤 놈이야 하고 속으로 외치면서 갑자기 브레이크 페달을 밟자 손님은 차문을 급히 열고는 그가 쥐고 있는 박스를 바닥에 내다 던지면서 “자 여기 있어” 하고는 다시 차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다급하게 큰소리로 나에게 빨리 가자고 하였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옆 손님을 처다보고 밖에 있는 사람을 처다 보아도 그들 양쪽 다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다. 저 놈은 무엇이고 이 경우는 무엇이냐, 참 별 손님이 다 있네, 가자고 하는 데야 가야지 하고는 나는 차를 몰고 그 곳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내 마음이 좀 격해졌나 차는 속력을 내었고 손님이 원하는 아파트에 금방 도착했다. 그런데 손님이 입구 앞에 더 가까이 대라고 하였다. 아하 요놈이 튈려고 하는구먼, 요번에는 안 된다이, 바닥에 너가 산 물건이 있지, 그것을 집어서 도망가기에는 시간이 쪼개 필요하지, 그리고 이제는 난 안 속아 하고 생각하고 있는 찰라 차문은 열렸고 이미 그는 아파트 문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바닥을 보니 그가 산 물건들은 그대로 있었고 고개를 들어 보니 차 유리 너머 그는 하나의 문을 열고 다음 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보통 아파트는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서 이중문을 사용하는 데, 첫 문과 둘째 문사이는 홀로 되어 있다. 첫 문은 아무나 열고 들어 갈 수가 있고 둘째 문은 잠겨져 있다. 반드시 지정된 키를 넣고 돌려야 둘째 문은 열리는 것이다. 얼마나 급했던지 키를 구멍에 제대로 넣지 못하고 허둥거리고 있었다.
이윽고 그는 안으로 사라지고 나는 그가 남겨 놓은 박스들을 처다 보고는 작은 돈 때문에 큰 것을 잃네 그 학생 놈 할 수 없지 이것이라도 챙겨야지 하면서 그 박스들을 한구석으로 밀어 넣자 머리속에서 무엇인가 번쩍거렸다. 아차 이 물건 내가 가져가 봐야 내 코가 걸릴 수가 있지.
에이, 퇴근시 사무실에 반납하여야지, 그나마 요금의 반은 받았으니 다행이야 하고는 마음을 비우고 그 아파트를 떠났다. 차가 그 아파트에서 멀어지자 사무실에서 갑자기 “너 어디야” 하고 평소답지 않게 물어 댔다. 귀신이네, 벌써 냄새 맞았나, 조금 지체된 것 뿐인데 하면서 투덜대고는 할 수 없이 있는 그대로 이실직고 하였다. 한 손님을 태우고 여러 곳을 갔는 데 요금은 절반만 받고 나머지는 도망치는 바람에 못 받았다. 그래서 조금 늦었다. 그런데 그가 두고 내린 물건이 있어 일 끝마칠 때 사무실에 전달하겠다고 하였다.
사실 이때까지만 하여도 나는 단순한 택시 요금을 안내기 위한 한 학생의 몸부림인 것으로 여겼다. 아마 학생이 물건은 사야겠고 돈은 충분치 않고 그렇다고 걸어서 여기저기 돌아 다니기에는 힘이 들고 해서 그랬지 않았나. 그래 절반은 받았으니 나머지는 큰 돈이 아니니 공부나 잘해라, 이놈아 하고 잊어버리려고 하였다.
그런데 모든 것을 이실직고 하였는데 사무실에서 엉뚱하게 가까운 경찰서로 가 보아라 고 하였다. 왜 그러는냐 고 하면서 머리를 굴리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여 나는 여러번 되물었다. 여기 경찰서가 한 두군데야 어디로 가야 하나 하였더니 사무실 측에서도 당황했는지 잠깐의 정적이 흘렸다. 그리고는 사무실에서 바로, 너 어디냐 그 곳으로 경찰을 보내겠다 고 하였다. 나는 그 손님이 내린 아파트 주차장에 있겠다고 하고 대화를 마무리 하자, 그 짫은 시간 동안 굴린 내 머리속에서 무엇인가 번쩍 거렸다.
아하 이것이야 하고는 나는 내 이마를 손으로 치고 말았다. 무엇인가 전체가 이상하구먼, 우선 그 놈이 젤러스에서 사온 시계 4 개, 나는 그 놈이 왜 시계만 4 개를 샀을까 ? 궁금해 하다가, 아마 선물할려고 4 개나 샀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 그 물건을 봉지에 넣지 않고 손으로 들고 왔다. 상가에서는 계산대에서 비닐백이 필요한냐고 보통 물어 보고 필요없다 고 하면서 그냥 물건만 들고 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랬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리고 퓨처삽에서 생긴 일을 더덤어 보았다.
그 곳에서 물건을 샀으면 출발할 때 주차장에서 왜 손님은 물건을 차 밖으로 던졌을까? 그 때 밖에서 차문을 열어 제친 놈은 아하 퓨처삽 직원이었네. 아마 손님이 물건을 계산도 하지 않고 들고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 차를 타는 행태를 발견하고는 내 차를 제지하였고, 그 때 손님이 겁이 나서 물건을 던져 주자 그 직원은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겠지. 그래서 퓨처샵 직원 그놈이 그때 눈만 껌벅껌벅 거렸구먼.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나까지 싸잡아 넣었구만.
이제야 모든 사건의 전모가 이해가 되었다. 수퍼스토아에서 그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나를 보고는 나로 하여금 젤러스와 푸처샵으로 가도록 하고, 그리고 일이 잘 안되자 도망을 갔구먼. 그런데 푸처삽 직원은 자기 물건 되돌려 받았으면 되었지 왜 나까지 물고 늘어질까 하고 생각하니 네 입에서 욕이 한 움큼 튀어 나왔다.
대충 스토리가 정리가 되어 갈 무렵, 경찰차가 나를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내 차가 택시이다 보니 내가 차에 그냥 앉아 있어도 잘도 알아 차리고 다가왔다. 오자마자 인사하면서 시간을 좀 내 달라고 하였다. 나는 역시 인사로 대응하면서 나 일해야 한다 시간 내는 만큼 수입이 줄어든다 하였더니 한 30분만 부탁한다고 하였다. 사건 스토리를 이해하자 나도 당당하게 대응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30분이라는 데 자꾸 딴소리 하면 시간만 길어질 것 같았고 그래서 흔쾌히 응했다. 그들은 참고인 조사입니다 하면서 별 것을 다 물어 보고는 종이 위에 적어 나갔다.
그 사람 나이는 몇 살인 것 같아요?
한 20-25살 되는 것 같은 데요. 그리고 학생이라고 말이 입에서 뛰어 나오려 하는 순간, 나는 머뭇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기억은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하였다.
키는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저 정도한 것 같아요.
어떤 피부색인지 기억납니까?
약간 검은색인 것 같아요.
옷은 어떤 종류의 옷을 입었습니까?
글세요 ?
생각좀 해보세요.
바지와 티를 입었는 것 같은데, 글세요 ?
어떤 색깔의 옷을 입었습니까?
이때부터 나의 정신은 몽롱한 상태로 들어 갔고 왠지 억지로 기억을 더덤지 않았다. 나는 손님을 태우고 젤러스와 퓨처삽에 들렸고 손님이 요금을 안 내고 도망갔다. 내가 아는 것은 이것 뿐이다. 내가 택시기사이고 운전에 집중하다 보면 그것들을 눈여겨 볼 수도 없었다. 그래서 어떤 옷을 입었는지 생각이 잘 안납니다 하고 그 물음에 그렇게 대답하였다.
그럼, 차 바닥에 있는 물건들은 언제 부터 있었나요? 하고 경찰이 물었다.
글세요?
그리고는 나는 계속되는 모든 물음에 글세요? 라고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내 기억은 자꾸만 새하얗게 되어갔기 때문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운전에 몰입하였고 나와 관련된 일이 아니다 보니 그들이 원하는 것을 기억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경찰은 받지 못한 택시요금을 법적으로 처리하겠는가 라고 물었다.
나는 단호히 그것은 아주 작은 돈이다 됐다 고 하였다.
글세요 라는 많은 경우의 나의 대답과 요금은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 는 나의 진술로 대충 조사서를 꾸미고, 결국 경찰은 돌아가야 했다.
나는 차에 내 몸을 싣고는 얼 빠진 사람처럼 허공을 처다 보았다. 하늘에 하얀 조각구름들이 무수히 흩어지며 한쪽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내 눈의 초점은 점점 흐려지면서 나는 생각의 나래에 빠져 버렸다.
그는 학생이고 한창 학문과 인생을 배울시기가 아니던가. 어디서 유학을 왔는 지 무엇때문에 그렇게 하였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아는 것은 그는 젊은 학생이고 미래가 그 사람 앞에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조그만한 실개천이라도 한 번 잘못 건너면 스스로 오고 싶어도 돌아오는 길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나는 세상을 통해 익히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학생에게 아무 일 없기를, 그리고 그 학생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스스로 제자리로 돌아 오기를 바랬다. 또한 학생 스스로 감았던 그의 다른 한쪽 눈을 오늘을 계기로 크게 뜨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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