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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3 오늘 작업을 마무리하다

Hi Yeon 2023. 8. 12. 21:18

230813 오늘 작업을 마무리하다

 

오늘 모든 작업을 끝냈다. 그리고 전공과 학장(내 선생님이었고 지금은 내 맨토이다)에게 모든 작품을 먼저 보여 드렸다. 그것이 예의였다. 작품 리스트를 워드로 작성하여 종이로 출력하고 싶었지만 방학기간 학교에서 프린트 하기란 쉽지 않았다. 학교 두번째 보스(우리로 치면 행정실장)에게 가서 프린트를 요청했다.

 

행정실장은 나를 잘 안다. 그녀는 학교관리차원에서 여름방학기간동안 이 사람이 혼자 무얼 만드나 하고 의구심을 갖고 가끔 내 작업실을 찾았다. 직접 나의 작업 상황을 보고, 그리고 학장으로부터 나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그때부터는 나에게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프린터를 하기 전 누락된 문구를 삽입해 주었고, 더 높은 작품가격과 더 좋은 컴미션에 대하여 협상을 해 보라는 팁도 주었다. 그녀는 프린트를 나에게 건네면서 올해 가을 청주에서 열리는 청주공예비엔날레(2년마다 열리는 세계적 공예품 전시회, 올해는 50개국이 참가한다)에 참가하기 위해서 한국을 방문한다고 자랑했다.

 

그녀가 해준 프린트 용지와 함께 작품을 모아 포장하고 한 박스에 넣었다. 며칠 전 학교앞 갤러리 사장과 만나기로 한 약속이 오늘이다. 정오 1, 박스를 들고 갤러리에 들렀다. 사장(Director)3명의 직원들(Austin, Audrey, 대학실습생)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정겨운 얼굴이었다. 직원들은 여기 학교 몇년 후배들이나 아들뻘 나이이다.

 

테이블에 둘려 앉아 내 작품 하나하나를 펼쳐 보이고 확인시켜 주었다. 대학실습생(한인1.5세대)이 한국말로 작품의미를 설명을 하면 영어로 번역을 해 주겠다고 하였다. 난 사양했다. 작품 리스트와 대조하는 방식으로만 진행했다.

 

 

나는 하나의 스토리를 생각하면서 작품 하나하나를 만든다. 그것이 벽에 걸리면 보는 사람은 각자 관점에서 작품을 감상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상상한다. 그 스토리는 아주 다양할 것이다.

 

나는 작품을 구상할 때 미적요소(대조, 강조, 율동, 반복) Movement를 자주 애용한다. 그 한 방법으로 물방울로 둘려 싸인 율동적인 두 마리의 물고기를 프레임에 넣었다. 그림으로 치면 Oak Wood 바탕에 Silver로 그리는 형식이다. 동양에서는 정원의 연못에 잉어를 많이 키운다. 그리고 사람들은 물속에서 평화롭게 노는 잉어의 모습을 감상한다. 연못에서 잉어가 노는 모습이 동양화에서도 자주 보인다.

 

나는 그것을 출세와 성공을 의미하는 그림으로 생각하지만 보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누구는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일 수 있다. 물방울 속의 상처로 얼룩진 몸과 힘찬 몸짓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혹은 연인들은 거친 사랑의 몸짓으로 읽는다. 혹은 어른들은 이것으로부터 인생을 유추한다. 누구는 아무 느낌이 없다고 한다. 이렇게 다 이야기가 다르다. 해석은 독자의 몫인 것이다.

 

 

작은 도시의 갤러리이다. 이곳에서 새학기가 시작되는 9월쯤 전시회를 열고 원한다면 큰 전시회에도 참가할 수 있도록 해 주겠으니 9월까지 머물면 좋겠다고 사장이 권했다. 나는 사양했다. 매일매일 8시간 Studio에 처박혀 작업하는 것은 괜찮다고 처도 방 한칸에 혼자 장기간 머무는 것은 나에게는 너무 힘들었다. 나 없이 전시회를 부탁했다.

 

37점에서 하나는 학장에게 선물(선생이라 고르는 감은 최고이며 그것을 항상 몸에 걸치고 다닌다)로 주고, 또 하나(내가 가장 아끼는 것)는 나를 보러 잠깐 들린 둘째 아들이 가져갔다. 그래서 총 35점이다. 5점은 벽걸이용이고 나머지는 악세사리이다. 이제까지 많은 내 작품이 팔려갔다. 그 중 남은 것을 정리하여 이번에 모두 내 놓았다. 벽걸이용은 안팔려도 그만이지만 나머지는 적은 인건비라도 건지기 위해서 모두 다 팔아야 한다. 이제는 작은 악세사리 종류는 안 만들 것이다. 좀 크고 벽에 걸 수 있는 작품 위주로 만들 예정이다. 갤러리 사장도 그것을 원했다.

 

사실 내가 한국에서 작은 악세사리(아무리 창조적이고 근사한 것이라 해도)를 만들고 있으면 사람들은 나를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무실 한 구석에서 돈도 안되는 작은 악세사리(그들은 여자용품으로 생각한다)을 만들고 있다니. 명세기 건축가가? 남자 어른이 분위기에 맞지 않게 째째하게 그런 것을 만들고 있다니

 

그들의 눈에는 금과 다이아몬드가 아니면 모두 싸구러로 보였다. 수백만원의 핸드메이드라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몇천원짜리 공장제품이 낫다. 나름 잘 만들어 선물로 주어도 그렇다. 우리의 문화이다. 그래서 나는 내 작업을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 한국에서는 몰래 디자인하고 만들었다, 그것도 가끔.

 

폼 잡고 들판에서 수채화를 그리면 근사하게 보이지. 그래, 나도 폼 잡고 근사하게 은판으로 그림을 그리자째째하게 그런 것들을 만들지 말고그래서 이제 나도 근사한 벽걸이용 작품만을 만들고자 한다. 이런 내 본래 심정도 모르고 갤러리 사장은 나에게 이렇게 권했다. 물론 나는 기분좋게 약속했다.

 

이제 내 손에서 악세사리로는 이것이 마지막이다. 다음에는 그림 프레임 같은 큰 것을 가지고 오겠다고 하였다. 여기서 만든 것 중 5점이 벽걸이용 작품이다. 높은 가격이라도 변호사, 의사, 보스 사무실에서 이것은 그들에게는 작은 돈이다. 아마 이것들은 가격과 관계없이 잘 팔릴 것이라고 사장은 평했다.

 

다음 주에 이 도시를 떠난다. 내년 여름 다시 방문할 것을 약속했다. 작업 마지막 날 아들 선물로 특별한 반지와 나를 위한 특별한 반지를 만들었다. 이것이 악세사리 작업으로는 마지막이다. 물론 추후 특별한 이를 위한 선물용으로 특별히 디자인하여 만들 경우는 있겠지만 말이다.

 

 

학교 작업실에서 돌아오면서 그 동안 정말 수고했다고 나를 다독거리는 의미로 수퍼스토아에서 twisted apple 1병을 사와서 집에서 마셨다. 톡 쏘는 공기방울, 사과 향기, 그리고 알코올이 목을 축였다. 기분이 황홀했다. 캐나다 여름이다. 3개월 여정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