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30 한 해를 보내는 연말
세종은 금강을 가운데로 두고 강북과 강남으로 나뉜다. 내가 사는 곳은 남측 세종 인근 면 소재지다. 세종 도시에서 가장 가까운 면 지역이다. 체육관은 남측 동사무소 복합커뮤니티센터에 있다. 내 집에서 그곳은 버스 두 정거장 거리이고 자전거로 10분만 빨리 달리면 된다. 이틀에 한번 모여서 운동을 한다. 동사무에서 허락해준 것이 매주 3일이다. 매일 체육관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내 꿈이다.
올해 초 나 혼자 시작한 클럽이 이제 피클볼클럽 회원이 55명을 넘겼다. 흐뭇하다. 운동하는 날에는 아침 일찍 출근하듯 체육관으로 가서 준비하고 운동이 끝나는 12시까지 있다가 체육관을 정리한 후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체육관을 나선다.
회원이 많으면 체육관 사용에 대한 규정을 마냥 지켜지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하여 동사무소로부터 잔소리를 듣기 싫다. 그런 이유보다도 이렇게 준비하고 회원을 보는 것이 마냥 즐겁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즐겁게 운동하고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나는 무한한 행복감을 느낀다.
운동시간 내내 회원을 만나고 게임을 유도하고 필요하면 레슨도 한다. 회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고민을 한다. 나는 회원들과 함께 피클볼 게임에 참여할 여유가 없다. 내가 운동에 참여하지 않아도 즐겁다.
요즈음에는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피클볼을 칠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멀리 대전에 사는 동호인들이 오고 세종 강북 지역에서도 온다. 회원이 20명 정도일 때는 나 혼자 클럽을 관리하기는 쉬웠다. 회원이 50명을 넘기자 친한 회원이 총무단 구성을 요구했다. ‘혼자 하기에는 너무 힘듭니다’라고 하면서 총무와 경기이사를 선임하여 일을 나누기를 은근히 권했다.
“매일 운동하는 것과 회원 100명을 넘기는 것이 내 희망이다. 그 정도 혼자 감당할 수 있다. 그런데 나도 개인 일로 빠지는 날이 있을 수 있다. 언젠가 회장 일을 못할 수 있다. 그래도 클럽은 돌아가야 한다. 이제 좋은 시스템이 정착되어 클럽은 잘 돌아간다. 그래서 1년 후인 2026년 1월부터는 새로운 회장단을 구성하고 싶다. 누구라도 좋다. 총선을 하자”
그랬더니 회원들이 난리였다. 그래서 2026년 한 해를 더 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올 연말 총무와 경기이사를 선임하여 대부분의 권한을 넘기고 나는 그들을 뒤에서 돕고자 했다. 2025년 화려한 송연대회를 준비하여 즐기고 대회를 끝냈다. 경기 후 송년파티에서 총무단을 선임했다.
올해 10월, 동에서 마련해준 동피클볼 대회가 있었다. 동사무소가 준비한 상금과 상품(1, 2, 3등)은 푸짐했다. 지역 체육회장과 동사무소 동장 이하 직원도 오셔서 응원해 주었다.
11월에는 세종시 피클볼 연합대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100여 명의 선수가 모여 기량을 뽐냈다. 체육관은 코트가 6면으로 세종에서 가장 좋은 체육관이다. 연합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내가 동사무소로부터 허락을 받았다.
11월에는 나는 회원을 위해 자체 대회를 열었다. 11월 월례대회였다. 20명이 모여 자웅을 겨루었다. 나는 대회를 위해 1,2,3등 상품을 마련하였고 경기가 끝난 뒤에 점심으로 뒤풀이를 준비했다. 순조로운 경기 진행을 위하여 노력했다. 다행이 즐거운 운동이 되었다. 회원이 부담하는 경비는 없었다. 회비와 찬조금으로 다 처리했다.
12월 20일에는 송년대회를 열었다. 무려 30명이 참석했다. “축 2025년 송년 대회“ 현수막도 준비했다. 풍성한 송연 파티가 되었다. 오늘 한해를 뒤돌아보면서 운동으로 몸과 마음을 다졌고 다 함께 대구탕으로 한 잔을 걸쳤다. 상품과 회식비가 들었지만 역시 찬조금과 회비로 충당했다.
2025년 한해 줄곧 나는 회장으로 호칭되었다. 권위적이 아닌 정성어린 호칭이었다. 회원들은 나를 보면 “회장님” 하며 부른다. 운동이 끝나면 “회장님 먼저 갑니다”라 하고 돌아간다. “회장님”이라는 그 호칭에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음을 느낀다. 동사무소 직원들도 나보고 회장님이라 부른다. 타 클럽 회원들도 그렇다. 그때마다 마음이 훈훈해진다. 물론 한국사회에서 사장님, 회장님, 대표님, 형님, 선배님, 이모, 오빠 같은 호칭이 매우 다양하게 사용된다. 특히 사장이나 회장 호칭은 매우 통속적이다. 그러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면 좋다.
나는 회원의 동의를 얻어 회비로 매달 5만원을 불우이웃돕기 행사에 참여하였다. 그 덕분에 나도 개인적으로 매달 2만원을 하게 되었다. 동사무소에서 ‘착한 단체’와 착한 사람 표시판을 만들어 동사무소 입구에 걸어주었다. 며칠 전에는 또 다른 표시판을 나에게 주었다. 물론 내 개인적인 돈이 아닌 클럽 돈이다. 클럽 사무소가 있으면 그곳에 걸어 둘 텐데. 그래서 내 거실에 당분간 두었다. 연말이다. 10만원을 클럽 이름으로 연말 불우이웃돕기에 또 동참했다. 회원 분들이 야단(?)칠까 봐 내 개인 이름으로 추가로 5만원을 별도로 기부했다.
회장은 누가 하고 무슨 일을 할까? 비영리 단체 보스는 보통 돈 많은 사람이 추천된다. 실제 운영은 총무단에서 한다. 즉 회장은 돈 내는 사람으로 그런 명예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인기다. 경기에 투자를 많이 하고 운동할 수 있도록 외부 방폐막이가 되는 착한 부자와 권력자는 제격이다. 돈 없고 힘없는 나에게는 맞지 않는다.
언젠가는 회원이 크게 늘면서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시스템이 완비가 될 것이다. 그때 훌륭한 회장단이 있으면 대환영이다. 돈 많고 클럽에 많이 투자하고, 생색내지 않고 겸손하고, 그리고 사람을 좋아하면 금상첨화다. 그럼 나는 운동만 할 수 있다.
한 해를 보내는 연말이다. 오늘 내가 선임한 총무이사 두 분, 경기이사 두 분, 감사 한 분, 고문 세 분, 모두 8분을 모시고 점심식사를 하였다. 그때 “내년에 많이 도와주십시오. 저는 뒤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간단한 인사말을 덧붙였다.
아래 사진: 실무팀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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