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703 중고로 명품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구하다
큰형은 노환으로 자전거를 탈 수 없었다. 걸음도 겨우 걷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형이 평소 아끼던 자전거를 나에게 주었다. 보니 일제 자전거였다. 오래 되었지만 내부에 3단 기어가 있었고 녹이 슬지 않는 재질이었다. 장보기에 딱 좋은 자전거이고 쓸 만하다 싶어 집으로 가져왔다. 세종에 이사할 때 그 자전거를 애써 챙겨왔다. 이때까지 자전거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있었다.
올 2월에 형이 돌아가시자 그 자전거는 나에게 소중한 기억 물건이 되었다. 자동차가 없으니 자연 자주 몰고 다녔다. 그때마다 저절로 형이 생각났다. 앞에 바구니가 달려 있어 멀리 이마트까지 달려가서 장을 보곤 했다.
세종에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매우 좋다. 공주를 지나 금강하구까지 자전거 전용도로로 갈 수 있고, 반대로 대청댐까지도 갈 수 있다. 형이 준 그 자전거를 타고 공주 방향으로 달려 보았다. 단거리는 이 자전거가 유용하였지만 장거리에는 매우 불편했다. 허리를 세워서 타야 했고, 바퀴 휠도 약간 휘어 빨리 달릴 때는 진동이 생겼다. 기억의 물건이니 돈이 많이 들더라도 이것을 고쳐서 사용해 보기로 했다.
집근처 자전거 매장을 방문했다. 바퀴 휠을 고쳐 달라고 하니, 그건 옛날 일이지 요즈음 바퀴살을 교체하는 경우는 없고, 또한 바퀴살만 구입할 수도 없다고 했다. 최고급 경기용 자전거는 가능하겠지만, 바퀴살을 구할 수 있다고 해도 조립 인건비를 따지면 그 비용이 자전거 구입비보다 더 많다고 하였다.
바퀴를 통 채로 바꾸면 되지만 이 자전거는 중심부 내부 3단 기어가 있어 효용성이 없었다. 형의 유품이다. 돈을 들여 고쳐서 두고두고 타고 싶지만 불가능했다. 그래서 탈 수 있을 때까지 가끔 타기로 하고, 멀리 갈 수 있는 자전거를 추가로 구입하기로 하였다.
MTB 자전거를 한번 타보았다. 자전거가 투박하고 무거웠다. 그것보다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제격이다 싶어 알아보니 쓸 만한 것은 100만원을 생각해야 했다. 내 형편으로는 과욕이었다. 그래서 중고를 구하기 위하여 당근을 살펴보았다. 문득 눈에 확 띄는 것이 보였다. 막 나온 것이었다. 원하는 가격 135,000원, 제품명 ONOFF BIKE.
알아보니 일본 제품으로 에이모션에서 2015년부터 판매되었다. 그때 정가는 85만원이었다. 자동차가 없어 버스를 타고 찾아가 매물 자전거를 보니 상태는 매우 좋았다. 자전거 주인은 젊은 사람으로 동생으로부터 선물로 받았다고 하였다. 흥정을 하니 버스를 타고 멀리 왔다고 90,000원에 해 주었다. 그 사람 매우 쿨 했다.
구입한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 도심, 자전거전용도로를 이용하여 집으로 왔다. 경기용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었다. 도착하여 기름걸레로 닦아 보니 쾌 쓸 만했다. 녹슬지 않는 단단하고 한 팔로도 쉽게 들 수 있는 가벼운 재질로 중고이지만, 명품 하이브리드 자전거였다.
가격도 중요하지만 우선 마음에 들어야 한다. 몇 십만 원 신품보다 중고라도 똘똘한 것이 낫다. 가끔 횡제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필요할 때 마음에 드는 것을 얻는 것은 운도 따라야 하지만 결정을 바로 해야 한다. 가볍고 작은 소리도 나지 않는다. 몸에 찰싹 붙는다. 더운 여름이다. 요것을 몰고 저녁마다 금강 변을 달리보자. 그리고 공주를 한 번 가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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