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산 좋고 물 좋은 전원에 내 집을 지으리라.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 더욱 좋으리라. 배산임수 좌우 바람막이가 있는 남향의 언덕 물 빠짐이 좋은 땅이면 더욱더 좋으리라. 만약에 만약에 내가 그런 전원 땅을 가질 수만 있다면 나는 스스로 내 살 집을 하나하나 지을 것이다.
나 건축가이다. 그리고 시공자이고 설계자이다. 더욱이 손재주는 최고이며 손수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즐기기엔 이것 자체로도 노년에 큰 즐거움이 되리라. 중간중간 집짓기 동안 그림을 그리고 글도 쓰니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다. 완성 후 자연 속에서 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하고 직접 만든다고 생각하면 절로 행복해진다.
나의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가를 우선 고민해 본다. 먼저 전원주택 마스터플랜을 짠다. 저렴하고 손수 지을 수가 있고 나의 가치관이 반영된 큰 그림이 필요한 것이다. 스스로 모든 것을 하나하나 내가 직접 시공해야 하니 순서와 방법을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한다. 내가 그곳에서 살면서 집을 지어야 하니 집 짓기 계절도 중요하다. 그리고 먹고 자고 하는 방법도 생각하여야 한다. 그래서 마스터플랜과 함께 최소한의 준비물로 텐트와 간단한 조리기구, 그리고 자재 운반을 위한 작은 트럭을 마련하여 봄날에 집 짓기를 시작한다.
마스터플랜은 두 개의 원룸과 그 사이의 공동 공간, 그리고 외부로 정자가 연결된 형태이다. 원룸 하나는 나를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족이나 손님을 위한 것이다. 우선 나의 원룸1을 짓고, 다음 원룸2을 만들고, 그다음 두 원룸 사이에 공동 공간을 꾸민다. 마지막으로 정자를 만들고 본 건물과 다리로 연결한다. 경제적인 제한 때문에 두개의 원룸은 제대로 짓고 나머지는 부속 건물로서 조립식 형태로 짓는다.
자, 이제 공사를 시작하자. 제일 먼저 원룸1의 욕실을 짓는다. 욕실만 완성되면 내가 산속에서 살며 일하는 것이 편안해진다. 다음 주방을 만든다. 이 두개는 사실 주택의 핵이다. 사람으로 치면 두뇌와 심장이다. 바꾸고 개선할 수가 없다. 가능한 좋게 편리하게 좀 넓게 한다. 다 됐다. 이제는 그곳에서 밥 해 먹고 싯고 배설할 수가 있는 것이다.
방을 만든다. 방이야 별것인가. 주방과 욕실을 벽체로 둘려 싸면 저절로 원룸의 큰 방이 생긴다. 그곳에 침대, 작업 책상, 비디오 음향시스템을 설치하면 완전한 집이 되는 것이다.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작은 내 원룸이 완성되었으니 급할 것이 없다. 한 달 느긋하게 쉬고는 원룸1과 이격하여 원룸2를 똑같은 과정으로 짓는다. 원룸2에는 2층 침대 2대를 놓는다. 이제는 가족이나 손님이 오면 같이 지낼 수가 있다. 각자 독립된 생활을 할 수가 있어 좋다.
지금부터 전원생활을 즐길 수가 있다. 그래서 심심하거나 시간이 날 때마다 두 원룸사이를 연결한다. 저절로 그 사이가 거실 같은 공동 공간이 된다. 형편이 되면 지붕을 씌우고 바닥도 한다. 마지막으로 정자를 만든다. 그리고 다리로 공동 공간과 연결한다. 한국에는 정자는 중요하다. 봄 여름 가을 대부분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정자는 전원주택의 심벌이 되기 때문에 디자인에도 신경을 쓴다. 정자는 있어도 없어도 되는 공간이니 소일 삼아 천천히 지어 나간다.
원룸1과 공동 공간의 바닥은 단이 없는 평면으로 하고 원룸2와 정자는 단차이를 둔다. 주 거주자는 아주 편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바닥은 쿠션이 있는 모노륨을 깐다. 비용과 안전 때문이다. 원룸 바닥은 지면에서 최소 45cm를 이격하고 방수지를 깔고 콘크리트를 친다. 방습과 건강을 위해서이다. 나머지 공간은 현장 형편에 따른다. 그리고 나머지 건물은 패널, 나무, 철재, 유리, 플라스틱 등으로 조립한다. 습식공사는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건물이 완성되면 외부 공간 꾸미기를 한다. 처음부터 전체 집터 고르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건물이 지어지는 만큼 집터를 확장한다. 즉 숲 속에 건물을 하나하나씩 집어넣는다는 뜻이다. 정원이나 잔디는 없다. 나무는 그대로이고 단지 집터나 오솔길만큼만 제거한다. 야생 그대로이다. 관리가 필요 없다. 오솔길 진입로 바닥은 징금다리 돌판을 깐다. 거의 다 되었다. 슬슬 오솔길을 통하여 집으로 들어가 볼까. 어떤가요? Andr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