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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회를 냉장고에 두고두고 먹었던 추억

Hi Yeon 2014. 1. 18. 02:56

 

 

                                            Flounder. Waterpaint on the paper. 2013.12

 

도다리회를 냉장고에 두고두고 먹었던 추억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는 어류가 풍부하다. 국토가 좁고 산지가 많다 보니 먹을거리가 옛부터 풍부하지 않았다. 자연히 바다속의 어류도 주요 먹을거리가 되었다. 그래서 바다에서 나는 어류와 해초류로 국으로 찌게로 무침으로 혹은 찜으로 해먹었다. 나의 고향이  동해바닷가 부근이다 보니 어릴 때부터나 먹을거리는 바다속 생물들이 많았었다. 그 중에 내 입맛을 사로잡은 것을 몇가지 나열해 보면, 고등어 꽁치구이, 한치회, 살짝 마른 오징어구이, 복국, 멸치회, 아귀국, 게찜, 해삼, 미역귀다리튀김, 돔회, 그리고 도다리회 등등이다.

 

어른이 되면 가족을 데리고 인사차 고향을 주기적으로 찾게 된다. 그때마다 어머님은 우리를 위하여 특별한 음식을 준비했다. 어머님은 그 철에 나는 수산물중 가장 신선하고 살이 찐 것을 사다가 음식을 만들어 주셨다. 왜냐하면 그 철에 나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또한 신선하기 때문이었다. 1년을 골고루 어머님을 찾아 뵙다보면  사시사철의 신선한 수산물을 골고루 맛 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산지에는 항상 수산물을 쉽게 구할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폭풍이 온다거나 비가 올 경우 혹은 너무 추울 경우, 배가 나가지를 못하기 때문에 신선한 수산물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때는 어머님은 보통 보관중인 살짝 마른 생선을 구이로 해 주시던가, 혹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도다리회를 준비해 주신다. 물론 그 도다리회는 활어가 아닌 어부들이 작은 배로 잡은 것을 재료로 한 것이다. 가자미 종류의 살은 흰살이어서 기름기가 적고 육질이 졸깃쫄깃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러나 잡은 지 하루가 지나고 나면 그 쫄깃한 맛은 줄어지면서 입속에 뭉큰한 맛이 많아진다. 대부분 어시장에서 가자미류를 살 경우 그날 새벽에 잡은 것을 사기가 쉽지를 않다. 2-3일 지난 것도 많다.

 

우선 도다리를 사오며 바로 회로 뜨는 데 작은 놈은 뼈째로 큰놈은 살만 뜬다. 바로 먹으면 맛이 정말 좋다. 활어회만큼은 쫄깃하지는 않지만 약간의 쫄깃함 그리고 씹을수록 살집의 구수함과 고유향이 입에 밴다. 바로 그 맛으로 먹는다. 회를 하고 먹을 만큼만 먹고 여분은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였다가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 또 먹는다.

 

나에게는 맛이 너무 좋았다. 먹다 남은 도다리회를 냉장고에 보관하여 그 다음날 먹어도 역시 나에게는 맛이 좋았다. 밥을 먹을 때나 다음날 소주 한잔이 생각나면 어머님이 보관해 놓은 도다리회를 냉장고에서 꺼내어 초장과 야채로 무쳐 먹었다. 여기서 그날 회를 친것은 가능한 초장에 살짝 찍어 먹고 다음날에는 야채를 조금 넣어 초장에 무쳐 먹는다. 왜냐하면 냉장고에서 시간이 지날 수록 회살은 물려지고 그만큼 입속에서 물큰한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도 초장에 무침으로서 다소 위생상 안전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내는 육지 사람이라 아예 활어회가 아니면 내가 먹는 이런 죽은(?)생선회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구수하고 맛이 좋다고 하면서 몇번을 권하여도 매번 활어회만 고집하였다. 그 죽은 생선회를 어떻게 먹어, 쫄깃한 맛이 없어, 물큰한 것 같아, 좀 이상한 것 같은 데, 하면서 어머님이 해 주시는 회는 성의를 봐서 먹는 척만 하였지 내심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번은 아내를 위하여 진짜 활어회를  준비하자는 생각에 작은 형님에게 부탁을 하였다.

 

형님은 도시에서 고향을 찾은 나를 항상 잘 대해 주셨다. 한번은 고향에서 형님께 인사를 드리면서 "좋은 활어회는 어디서 먹나요?"하면서 넌지시 말을 건네 보았다. "그래! 회집에서 좋은 회가 먹고 싶어, 그래 내가 친구집에 연락해 보마." 하셨는 데, 바로 그날 오후에 나를 보려 오셨다. 그리고 말씀을 이어셨다.

 

"친구가 여기서 좀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 사는 데 아는 사람만 가는 작은 횟집이야.  친구가 직접 잡아서 재료로 충당하는 데 마침 오늘 날씨가 좋아.  새벽에 조금 잡았는 모양이야. 오늘 저녁은 그곳에서 먹자"

 

나는 형님을 모시고 아내와 애들을 데리고 그곳으로 갔다. 별의별 바다속 먹을거리, 광어 도다리 참돔 멍게 해삼 해초류 등등 모든 것들이 다 나왔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살아 있는 듯 싱싱했다. 매운탕은 그 국물이 진하고 생선과 야채의 향기가 어울려 졌다. 아내와 애들은 정말로 잘 먹었다. 나도 먹어보니 우선 모든 것이 쫄깃하면서도 향기로웠다. 차라리 초장이나 양념은 나에게 필요가 없었다. 그대로 먹어도 정말 맛 있었다.

 

세월이 그렇게 흐르고 어느 날 애들을 데리고 다시 고향을 찾았다. 어머님의 힘을 들기 위하여 우선 저녁을 어느 고향의 활어회집에서 하기로 하였다. 그곳은 작은 형님이 관리해 주는 고향에 있는 대형활어회집이었다. 형님이 이왕 먹어려면 이곳에서 나와 같이 먹자고 하였던 것이다. 도착하니 형님이 별실에 상다리가 뿌려질 정도로 한상을 미리 차려 놓았다. 큰 광어회 쟁반이 중간에 있었고 여러 부속음식들이 그 주변을 장식하고 있었다. 애들과 아내는 신이 났다. 그리고 정말 잘 먹어 주었다. 나에게는 쫄깃한 맛과 함께 강한 초장맛 뿐이었다. 나는 몇점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서는 형님과 소주잔을 기울이게 되었다.

 

형님이 이런저런 말과 함께 고향소식을 전하면서, "어때 많이 먹지"하면서 나에게 활어회를 다시 권했다.

나는 "글쎄요 옛날에 많이 먹어 보아서 그런가 별 맛이 없네요"하고는 그냥 받아 넘겼다. 내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형님이 술로 좀 얼큰해지자 활어회에 대하여 이것저것 말씀을 해 주셨다.

 

<여기서 어부들은 잡은 고기를 배에 설치된 어항에 넣어서 산채로 부두로 온다네. 그리고 새벽 경매인에게 넘어가면 활어탱크차로 육지로 공수되는 거야. 고기중에 성질이 좀 무딘 놈도 있고 급한 놈도 있어, 보통 성깔이 지랄같은 오징어 같은 놈은 올라 오자마자 제 성질에 바로 죽고 말지. 그것은 당연한 것이야. 물속의 생물을 물속에서 빼내어 다시 어항에 넣으면, 모든 것이 온전하기를 바라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것이지. 사람은 참으니까 가능할 지는 모르지만 어물은 그렇지를 않다네. 바다중에 가두어 키우는 정치망 양식으로 공급되는 것은 좀 나을지는 모르지, 그러나 그것도 먹이는 사료에 아무 것도 섞지 않는다고는 나는 생각을 안해.

 

좌우지간 그것들을 살리기 위해서 안정제같은 약을 투입하지. 자연산이든 양식이든 혹은 운반도중 무엇을 투입하든지 그나마 육지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회로 먹으면 쾐찮아. 그러나 활어는 음식점에 도착하는 순간 다시 음식점 어항에 들어가지. 바닷가의 음식점어항은 먼바닷물을 끌어 올려 순환시키지만 육지에서는 어항물을 정수하면서 순환시킨다네.  환경이 완전히 다른 곳에서 고기가 살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해. 그래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상식에 가깝지. 즉 특별한 약이나 조치가 당연히 필요하겠지.

 

그것까지는 좋아. 그곳에서 죽지 못하고 살아 있어야 하는 몸둥아리는 어떻게 되겠나. 몸속의 양기는 다 빠지고 기름기도 다 빠진다고 보면 맞아. 향기도 없어. 그래도 그놈을 설어서 바로 먹으면 졸깃졸깃은 하다네.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마저도 없어진다네.  그것의 좋은 예로 고기가 어항에서 안팔려서 오래되거나  혹은 갑자기 죽는 경우에는 어항에 고기를 건져내 모두 쓰레기 통에 버리지, 찌게용으로도 쓸 수가 없다네, 냄새가 나고 살이 허물허물하게 되니까.

 

억지로 살아가는 그것이 좀 졸깃졸깃하다고 먹어, 죽지 못한 생선 그 양기는 다 빠지고, 그 동안 살기 위해 소모할 에너지는 남아 있었던가, 아마도 제살을 파먹고 살아 왔겠지. 그 동안 마신 더러운 물은 어떻고, 그 동안 투약된 약은 어떻고, 완전 자연산은 양식보다는 좀 낫겠지. 그러나 어항에 있으면 오십보 백보야.

 

그렇지만 육지사람들은 상추에다 초장을 발라 회를 얹어 먹으면 잘 몰라. 상추와 초장맛 그리고 졸깃한 육질 맛으로 건강에 좋다고 막 먹어대는 거야. 제대로 회맛을 알기 위해서는 간장을 약간 뭍혀 회만으로 입속에 음미해 가면서 먹어야 된다네. 그러면 육질맛과 향기 그리고 구수함도 함께 맛 볼 수가 있지. 여기 활어회를 그렇게 먹으면 그러한 맛을 못 느낄거야, 물론 쫄깃한 맛은 있겠지만...>

 

다음해 다시 고향을 찾았다. 아내에게 내가 들은 활어회에 대한 것을 설명해 주고는 활어회 대신에 고향에서 유명한 할매비빔회집에 데려갔다. 그 음식점은 바닷가에서 잡은 가자미를 새벽에 사 모아서 회로 만든다. 그 회를 국수에 얹어 초장과 함께 한그릇으로 파는 곳이다. 보기에는 누추하고 더러워 보였다. 하지만 아내가 그 말을 들은 그때부터는 국수비빔회는 아내가 즐기는 것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렇다고 아내가 나같이 일반회를 마냥 즐기는 것은 아니었다. 나의 경우 그 이후로는 잡은 생선회만 즐기게 되었다. 그 맛을 쉽게 즐기기 위해서 나는 고향에 갈때마다 어머님이 손수 해주시는 도다리회를 냉장고에 두고두고 먹기도 했었다. Andr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