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보내는 나의 에세이

250613 백조기 조림 맛에 황홀해 하다

Hi Yeon 2025. 6. 13. 18:07

250613 백조기 조림 맛에 황홀해 하다

 

나는 생선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젊었을 때 동해안 항구에 살았던 영향이 크다. 어머니가 매 끼니 해 주었다. 그때는 주로 생선회로 먹고 조림으로 먹었다. 항구이다 보니 육류보다는 생선이 흔했고 매우 저렴했기 때문이리라.

 

그 당시 돼지고기를 먹기가 쉽지 않았고, 쇠고기는 거의 보약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철이 되면 항구에 생선이 지천에 깔린다. 당연 가족 모두 즐기게 된다. 지금은 건강식품으로 애용하지만, 그때는 값싸고 흔한 생선을 먹는 것은 당연했다.

 

어릴 때 식습관 때문인가? 아직도 생선을 매우 좋아한다. 누군가 불고기와 생선구이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 나는 생선구이를 택한다. 젊었을 때는 싱싱하면 회로 먹었지만, 지금은 회로는 거의 안 먹고 생선구이나 생선조림으로 먹는다. 익혀 먹는 맛이 무척이나 좋고, 노년에 날 음식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하나 좋은 점은 생선은 소화가 잘 된다.

 

캐나다에서 살 때 나는 슈퍼스토어의 어물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기도 어물전이 있다니? 그런데 내가 원하는 생선은 없었다. 고등어, 갈치, 놀래미(노래미), 가자미, 도루묵(도로매기), 등등 동해안에서 나는 생선은 매우 보기가 어려웠다.

 

2015년 귀국하기 위해서 캐나다 대륙을 횡단할 때 아는 후배 집에서 두어 달 같이 지냈다. 후배는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아 혼자 살고 있었다. 둘이서 만날 햄버거를 먹으니 집 밥이 생각났다. 마침 슈퍼스토아에 가 보니 도루묵이 있었다. 여기에 이것이 있다니!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닐지 몰라도 내 눈에는 분명 생물 도루묵이었다. 도루묵 사촌이면 어때? 하고는 구입했다.

 

20마리 정도 사서 집으로 와서 손질한 후 냄비에 가지런히 놓았다. 물 한 방울 넣지 않고 천천히 열을 가한 후 설은 양파와 약간의 간장과 통마늘을 넣었다. 그리고 강 불에 김이 나기 시작하자마자 불을 끄고 내렸다. 물기가 거의 없는 조림형태다. 보통 이런 조림 맛은 짭조름하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간을 세게 하지 않고 매우 심심하게 했다.

 

쟁반에 담아 후배에게 주었다. 그 후배는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육질은 부드러워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는다. 비린내는 전혀 없다. 고유의 신선한 생선 향기만 있다. 후배는 서울 갑부 막내아들이다. 처음 먹어 보는 맛이란다. 만날 커피와 햄버거를 먹고 저녁이면 양주만 퍼 마시는 후배다.

 

내가 상을 차리니 처음에는 고개를 흔들었다. 도루묵은 비린내가 거의 없다. 그래도 생선 고유의 향기가 싫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 마리를 먹어 보고는 이런 맛도 있나 하면서 그가 다 먹었다. 후배의 먹는 모습을 보고 나는 얼마나 행복해 했던지.

 

서울에서 신혼생활을 할 때였다. 생선이 먹고 싶어 아내에게 생물 고등어를 사오라고 했다. 아내는 싱싱한 고등어를 사와서 내가 원하는 데로 조림을 만들어 왔다. 고등어 살을 집어 입에 넣었는데 내가 원하는 맛과 감촉이 아니었다. “이것은 생물이 아닌데, 얼린 것을 녹인 거요아내는 어물 주인이 생물이라고 하여 사왔다고 했다. 그리고는 아내는 직접 이리저리 먹어보더니 나는 잘 모르겠다. 당신은 어떻게 아세요?” 하면서 특별한 내 입에 신기해했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까지도 내 돈 주고는 얼린 생선을 사 먹지 않는다. 생물이 값마저 싸다면 분명 이때가 제철이다. 제철에 나는 것은 맛이 좋고 싱싱하며 인공적인 첨가가 적다. 그래서 나는 보통 제철에 사먹는다. 한꺼번에 출하되니 값도 매우 싸다. 생선도 그렇고 과일이나 채소도 그렇다.

 

세종은 계획된 도시다. 그러나 세종 인접 지는 면단위의 구도시다. 보통 세종시라고 하면 계획된 대규모 신도시를 말한다. 나는 그 신도시 바로 붙어 있는 면 지역에 산다. 당연 집값은 신도시보다 싸다. 그러나 이곳의 생활편익은 신도시와 마찬가지다. 5분만 걸어가면 신도시기 때문이다.

 

세종은 금강을 중앙에 두고 그 금강 변과 지류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물론 도심 시가지에도 자전거 도로가 좋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사는 아파트는 그 금강 변 자전거 전용도로와 연결되어 있다.

 

세종 도심 금강 변 서측에 세종 주민들이 이용하는 이-마트가 있다. 나는 그곳을 가기 위해서는 자전거로 왕복 10km를 넘게 달린다. 식후에 운동 삼아 저녁을 먹고 간다. 그때쯤이면 이-마트 어물전에는 대부분 할인행사를 한다.

 

요즈음 청어가 한창이다. 내가 좋아 하는 생선이다. 국내산 생물인데 지금 항구에 많이 반입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중사이즈 두 마리가 4,000원대다. 여러 번 청어를 살짝 간 없이 조림을 해 먹었다. 청어 살이 입에서 살살 녹았다. 오늘은 큰 생백조기를 팔았다. 두 마리가 20% 할인행사에 5,000원대다. 이게 무슨 횡제인가 하고 얼른 사왔다.

 

청어는 가시가 많고 기름이 많다. 옛날에는 그 기름을 짜서 생활유로 사용하고 남은 것을 사료로 사용했다. 기름이 많아서 과메기로 만든다. 원조 과메기는 바로 청어다. 청어를 조리하면 기름이 많이 나온다. 그 기름에 곁들인 마늘과 채소가 익는다. 기름은 불포화 지방산으로 몸에 좋다. 반면 조기는 상대적으로 기름이 적다. 그만큼 담백한 맛을 낸다. 조기를 절여서 굴비를 만든다. 얼마나 맛이 좋은지 참조기 굴비는 비싸기로 유명하다.

 

프라이팬에 백조기 두 마리를 놓고, 그리고 깐 마늘, 샐러리 잎, 설은 애호박을 두르고 물 한 방울과 간 하나 없이 약 불에 조림을 했다. 나는 기름을 넣지 않는다. 물도 넣지 않는다. 간도 하지 않는다. 물을 끓어 찜을 해 보았는데 생선 속 내부 물이 빠지는 단점이 있어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 이러면 마늘, 애호박, 샐러리 향이 그윽한, 부드럽고 순수한 생선살을 먹을 수 있다.

 

김이 나는 백조기 한 마리를 하얀 쟁반에 놓는다. 그리고 생선살을 집어 입에 넣는다. 들어가자마자 살살 녹는다. 금방 한마리가 없어졌다. 익은 마늘 맛도 일품이다. 설익은 애호박은 향기가 좋고 매우 부드럽다. 그리고 샐러리 향이 풍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