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케치원에서 장기간 머물다
나는 캐나다 중서부 사스케치원주 수도 리자이나에 안착했다. 잠깐 아들놈들을 보고 벤쿠버로 가리라 하고 여기에 머문지가 벌써 20일이 되었다. 한 도시에 며칠 머무는 것은 관광의 성격이 되나 이 정도 장기간은 살아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 10일 지나니 관광을 위하여 도시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생활을 위하여 도시구석구석을 다니기 때문이다.
여러 도시를 관광을 하는 것은 참으로 힘들었다. 3일 머물다 다른 도시로 간다면 잠자리도 변하고 또한 도시간 이동으로 오랜동안 차 안에서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그것뿐인가 잠자리 질도 문제이지만 먹는 것도 부실하다. 다행이 가는 도시마다 흥미를 스스로 만들다 보면 다소 힘든 것은 사라지는 것으로 만족한다. 여행이라는 것은 으레히 그렇고 그런 것이라고 여기면 그만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장소에서 한달이상을 머물면 생각은 많이 달라진다. 특히 잠깐 머문다고 생각한 것이 길어지면 더더욱 그렇다. 장기간이라고 생각되었다면 차라리 어느 정도 편히 밥도 해 먹고 잠자기도 편한 곳을 임대하였을 것이다. 하기야 낮선 도시에서 임대아파트를 쉽게 구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살던곳에서도 갑자기 작은 임대아파트를 한 두달 얻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지하실 방에서 살고 있다. 아들이 이곳에서 숙식을 하며 직장생활을 하기에 마침 내가 여기 도착할 쯤 옆방이 비어 있다고 하여 잘 됐다 싶어 결정하였던 것이다. 아들방은 그런대로 괜찮다. 그러나 지하방은 크고 창문은 손바닥만하다. 억지로 열어야 열리고 그때 환기가 된다. 이방에서 내 두아들이 지낸다. 내방에는 창문은 있데 옆방과 걸쳐진 반개짜리창이다. 벽이 중간에 걸쳐지니 창문은 열수가 없고 고정이 되어 있다. 그것도 손바닥으로 가리면 가릴 수 있는 크기의 창이다.
지하실 방에 창문도 손바닥만하고 환기는 아니 되니 마치 질식할 것만 같다. 어두컴컴하고 눅눅한 지하실이 으시시 춥기까지 하다. 한여름이지만 낮에는 따갑지만 저녁이면 많이 시원하다. 지하실은 그보다 시원하니 추위를 잘타는 나에게는 마치 초겨울과 같다.
며칠 지내니 내 젊었을 때 냉기 품는 콘크리트 방에서 혼자 기거하는 생각이 난다. 추억과 현실이 더하니 도저히 견디기가 힘이 든다. 부억도 깨재재하고 씻는 싱크대는 보일러실 한 귀퉁이에 있다. 욕실은 있으나 바닥은 항상 물끼가 흥건하다. 야들아 나는 여기서 못 살겠다. 내가 돈을 줄테니 작은 아파트를 구해가 나가자고 윽박질려도 큰놈은 시큰둥 하다. 쾐찮은 데, 잠만 자는 데, 학생이 큰돈 내고 아파트에 왜 살아요? 한다. 살면 못 살겠는가. 이러한 지하실 환경에 애들 건강이 걱정이 되어서 그렇지.
여기는 대류성기후의 전형이다. 사막기후에 가깝다고나 할까. 일주일에 한번 정도 비가 오는 데 그것도 잠깐 뿌릴 뿐 그리고는 일주일 내내 하늘에서 강한 햇빛이 내리 쏘아댄다. 작은 물만 주고 긴긴 여름날 뜨거운 광선이 내리 비치니 잔디도 자라지도 못하고 누렇다. 잔디뿐만 아니라 초목도 다 그렇다. 내가 사는 동부에는 도시를 벗어나면 벌판이 밀림인데 여기는 반대로 도시를 벗어나면 끝이 보이지 않는 민둥의 농경지 벌판뿐이다.
항해를 하는 경우 목적지 없이 바람부는 데로 간다면 참으로 재미가 없다. 바람부는데로 왔다갔다 하다가 어느날 항해가 멈춘다고 생각하면 끔직하다. 영원히 항해를 할 수가 있다면 문제는 달라지지만 언젠가는 그 항해가 멈추어진다. 그래서 고민도 없고 생각도 없이 항해를 즐기기만 하기에는 시간들이 너무 야속하다. 가다가 어디에서 항해가 멈추어질지도 모른다. 멈추어지는 곳에서 우리 인생을 마감이 된다. 그것보다는 몸과 마음이 너무 고단할 것이라는 생각이든다. 한곳에 안착한 채 여행을 한다면 혹은 인생을 살아간다면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마음이 편안해 지고 몸이 안락해 진다. 최소한 몸이 힘들어지기 시작하면 편히 쉴 곳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손만 뻗어면 쉽게 내 몸둥아리를 쉬게 할 수 있는 그런 곳이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 돈이 안 생기는 일이라도 내가 하면 즐거운 일이어야 한다. 돈이 생기는 일이면 더욱 좋다. 친구 혹은 비슷한 취미를 나누는 사람들과 정을 나눌 수 있는 곳 그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가 있는 곳이면 된다. 영어보다는 한국어가 편하다. 이런것을 생각해보면 캐나다의 여러 도시를 다녀 보지만 여행하기에는 매우 편하지만 내가 마음 붙이고 살기에는 불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붙이기에는 너무나 먼 당신이다.